리프팅 장비는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EBD의 진화 V)
매거진 D&PS 2024년 10월호에 실린 제 칼럼 전문입니다.
2011년 《American Society for Aesthetic Plastic Surgery》의 survey를 보면, 미용 시술을 원하는 환자는 다음 기준으로 치료를 고른다고 합니다.
- 시술자의 숙련도
- 시술 결과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 시술 비용
- 얼마나 비침습적인지(비침습적일수록 선호도가 높다)
- 치료와 시술에 대한 의사의 설명과 권유
비침습적인 정도가 치료를 고르는 기준이 될 만큼, 비침습 시술은 미용의학에서 아주 흔한 시술이 되었습니다.
울쎄라·슈링크 같은 리프팅 장비는 왜 한국에서 먼저 유행했을까요?
2010년대 들어 멀츠의 ULTHERA와 클래시스의 SHURINK로 시작된 HIFU가 한국에서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후 미용의학에서는 한국에서 유행한 아이템이 전 세계 유행을 이끄는 흐름이 생겼습니다. ULTHERA보다 앞서서도 흉터를 수술 없이 치료하는 fractional photothermolysis와 이를 바탕으로 한 FRAXEL이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수술 없는 안면거상을 내세운 monopolar radiofrequency device(THERMAGE, OLIGIO 등)도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국의 한 레이저 제조사 대표가 서울의 한 동네일 뿐인 '강남'을 하나의 나라로 알았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서울, 특히 강남은 미용의학 병원이 세계에서 손꼽히게 몰려 있는 곳이었습니다.
레이저 업체 가운데 후발주자였던 릴라이언트(지금의 솔타메디칼)는 FRAXEL 시리즈로 2007~2008년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발판 삼아 전 세계 미용의료기기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냈습니다. 이후 FRAXEL로 대표되는, 여드름 흉터를 비롯한 흉터의 비박피성 레이저 치료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ULTHERA도 한국에서 거둔 성공을 발판 삼아 미국과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그 뒤 멀츠에 인수되었습니다.
그림 1. 클래시스는 여러 나라에서 세미나를 열고 학술대회에 참여하며 한국 미용의학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림 2. 원텍은 OLIGIO의 후속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며 6.78㎒ monopolar RF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HIFU가 한국에서 크게 유행하던 무렵, 이번에는 한국이 종주국이 되어 녹는 PDO실 리프팅 유행을 일으켰습니다. 이 유행은 시간이 흘러 PDLLA, PLLA, CaHA 같은 고분자 물질을 쓰는 안면 리프팅 시술이 전 세계에서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미용 한류는 유럽과 아시아를 처음으로 하나로 묶었던 제국, 원나라의 수도에서 유행한 '고려풍'을 떠올리게 할 만큼 다시 한번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때 솔타메디칼과 함께 미국 레이저 기업 1, 2위를 다투던 사이노슈어가 한국의 루트로닉에 인수되어 사이노슈어 루트로닉으로 새 출발을 하는 등, 한국 레이저 업체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한국에서 리프팅 시술이 붐을 이룬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0년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무엇보다 한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케이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한국인은 서양인보다 젊어 보이고 동남아나 중국 사람보다 세련된 외모라는 인식이 생긴 듯합니다. 자연히 한국인의 외모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초고속 유무선 통신망이 빠르게 자리 잡을 만큼 새로운 유행을 적극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미용의학도 마찬가지여서, 안면 성형을 비롯한 수술부터 의료기기를 적극 쓰는 여러 시술까지 눈부시게 발전해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냈습니다. '디지털 모르모트'라고 불릴 만큼 최신 IT 기기의 실험장이었던 한국의 특성이 미용의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 듯합니다.
한국은 근대화에 뒤처져 100여 년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에서 10대 경제 강국을 바라보는 나라로 올라섰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부지런함과 손기술 등을 꼽습니다. 한국인은 어릴 때부터 아주 작은 콩을 젓가락으로 집어 자유자재로 옮긴다고 묘사될 만큼 젓가락을 잘 씁니다. 같은 젓가락 문화권인 일본, 중국과 견주어도 정교한 수준입니다.
2016년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팥알만 한 금박 유물이 진흙에 엉켜 구겨진 채 나왔습니다. 금박 표면에는 꽃과 새가 빈틈없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른바 〈화조도〉입니다. 8세기 통일신라 시대에 유행한 〈단화쌍조문〉을 금박에 새긴 것으로, 동궁과 월지 건물을 쓰던 시기와도 맞아떨어졌습니다. 〈화조도〉를 새긴 금박의 무게는 0.3g 남짓이었습니다. 높은 정련 기술로 순도 99.99%의 순금을 0.04㎜ 두께로 얇게 펴서 만든 것입니다. 여기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0.05㎜ 이하 굵기의 선으로 꽃과 새를 새겼습니다. 선과 선 사이도 0.1㎜가 채 되지 않습니다. 1㎝도 안 되는 멧비둘기 두 마리는 암수를 가릴 수 있을 만큼 세밀합니다. 통일신라 사람들은 이런 뛰어난 세공 기술을 겨우 3㎝ 남짓한 금박 위에 펼쳤습니다. 통일신라 금속공예의 정수라 할 만합니다. 1,300년 전 통일신라 장인의 이 기술은 오늘날 장인들도 재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런 손재주 덕분일까요? 1% 차이가 결과를 가르는 미용 시술 분야에서 한국 의사들의 명성은 꽤 높습니다.
그림 3. 1,300년 전 통일신라의 압도적인 공예 기술을 보여 주는 유물. 현미경도 없던 시대에, 지금도 재현하지 못하는 기술로 머리카락보다 가는 0.5㎜ 이하 굵기의 선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미용의학이 붐을 이룬 가장 큰 이유는 외모에 대한 높은 관심입니다. 한 예로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 남짓인데도 남성 화장품 판매량이 세계 1위입니다. 그만큼 남자들도 피부에 관심이 많습니다. 화장법을 봐도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화장하지 않은 듯한 얼굴을 강조해 왔습니다. 예전부터 피부 자체에 공을 많이 들여 온 나라인 셈입니다.
피부 탄력이 떨어지는 원인, 콜라겐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피부를 물질 하나로 정의하자면 콜라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콜라겐은 수소결합으로 유지되는 triple helix 구조의 polymer입니다. 동물 조직에서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의 뼈대가 되는 구조물이 콜라겐이고, 식물 조직에서 이에 해당하는 구조물은 셀룰로스입니다. 콜라겐은 glycine, proline, hydroxyproline이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가 triple helix를 이루고, 이것이 collagen fibril, collagen fiber로 커지면서 피부의 기본 구조를 만듭니다. 콜라겐 분자는 G-X-Y 반복체가 세포 안 ER(Endoplasmic Reticulum)에서 trimerization을 이루며 만들어집니다. 이 triple helix가 ER 밖으로 나오면 enzyme이 procollagen processing을 일으키고, 이 과정이 진행되면서 collagen cross-linking이 이루어집니다.
그림 4. Collagen fibers, collagen fibrils, collagen molecules.
그림 5. Collagen molecular structure 출처 : https://scienceon.kisti.re.kr/commons/util/originalView.do?cn=TRKO202000002637&dbt=TRKO&rn=&page=3&keyword=undefined.
피부에서 콜라겐을 만드는 세포는 섬유아세포입니다. 여기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조사해 보니 HSP(Heat Shock Protein)와 같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단극성 고주파처럼 콜라겐 합성을 이끌어 내는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판단할 때는 HSP가 얼마나 발현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런데 피부 속 콜라겐 양은 콜라겐이 만들어지는 양뿐 아니라,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인 MMP(Matrix Metalloproteinase)에도 크게 좌우됩니다. 피부 콜라겐 총량은 섬유아세포가 만드는 콜라겐 양에서 MMP가 분해하는 콜라겐 양을 뺀 값으로 정해집니다.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MMP-1, MMP-3, MMP-9, MMP-12 같은 콜라겐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활성화됩니다. 이 유전자들의 발현은 AP-1(Activator Protein-1) 전사인자가 조절하는데, 이 과정이 콜라겐 분해를 앞당겨 피부를 늙게 합니다.
그림 6. 콜라겐의 구조와 세포 내 합성 경로. Model of cuticle collagen biogenesis. 출처 : WormBook : The Online Review of C. elegans Biology.
자외선은 MAP(Mitogen-Activated Protein) kinase 경로를 활성화합니다. 이 경로에는 ERK(Extracellular Signal-Regulated Kinase), JNK(c-Jun N-terminal Kinase), p38 kinase가 들어 있습니다. 늘어난 MAP kinase는 c-Jun 단백질을 인산화하고, 인산화된 c-Jun 단백질은 c-Fos 단백질과 결합해 AP-1 전사인자를 만듭니다. 이 분자 과정은 광노화뿐 아니라 자연 노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노화한 피부에서는 c-Jun 단백질 발현이 늘고, 그만큼 AP-1 전사인자의 활성도 높아집니다. 녹차 폴리페놀 같은 항산화 물질이나 비타민 C·E는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MMP 효소를 억제하므로, 피부 노화의 원인을 없애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고주파 리프팅의 열은 어떻게 콜라겐을 늘리나요?
피부는 체중의 15%를 차지하며 주로 collagen type Ⅰ·Ⅲ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Collagen type Ⅰ은 진피 콜라겐의 80~85%를 차지합니다. Collagen type Ⅲ는 유두진피에 있으며 진피 콜라겐의 10~15%를 차지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Soluble 콜라겐은 줄고 insoluble 콜라겐은 늘어납니다. stable multichain cross-linking이 늘어나기 때문이며, 그 결과 피부 탄성이 떨어집니다.
새 콜라겐이 덜 만들어지는 것은 섬유모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고, 진피 콜라겐이 줄어드는 데에는 콜라겐 분해 효소가 늘어나는 탓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로 콜라겐 turnover가 줄고, 콜라겐 fiber가 두꺼워지고, 콜라겐 묶음이 헝클어지고, 진피가 얇아집니다. 표피도 얇아지고 rete ridge도 사라집니다. Collagen type Ⅰ과 Ⅲ의 비율도 낮아지는데, 특히 collagen type Ⅰ이 두드러지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피부 노화에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가 탄력 저하, 두께 감소, 주름 증가, 수분 부족 등입니다. 반면 피부 속 멜라닌세포의 활성은 높아집니다.
피부 탄력에 가장 중요한 콜라겐은 20대 후반부터 줄기 시작해, 30대 후반과 40대에 이르면 빠르게 줄어듭니다. 콜라겐은 분자량이 꽤 큰 단백질이라 먹거나 발라서는 소화기관이나 피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결국 피부 속 콜라겐 양은 콜라겐을 만드는 세포가 얼마나 활발한지,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가 얼마나 늘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마다 내세우는 레티놀은 MMP를 억제해 콜라겐 분해를 막고 주름을 예방한다는 성분입니다. 하지만 농도가 높으면 자극이 심해서, 화장품에는 효과를 낼 만큼 넣지 못합니다. 콜라겐을 직접 만드는 피부 세포의 활성은 HSP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피부에서 저절로 나오는 HSP는 20대에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고, 콜라겐 양도 함께 줄어듭니다. 나이가 들수록 soluble 콜라겐은 줄고 insoluble 콜라겐은 늘기 때문에, 노화로 생긴 skin의 laxity를 해결하려면 먼저 콜라겐을 수축시켜야 합니다.
가장 작은 collagen 분자는 polypeptide chain 3개가 나선형으로 서로 꼬여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꼬인 다발이 모여 50~300㎚ 두께의 collagen fibril이 되고, 이것이 다시 모여 2~8㎛ 두께의 collagen fiber가 됩니다. 이때 polypeptide chain 사이에 공유교차결합(covalent cross-link)이 생깁니다. 이 공유교차결합이 잡아당기는 힘을 버티는 인장 강도를 만들어, collagen은 강한 힘과 단단함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collagen에 어느 정도 열을 가하면, 나선형으로 꼬인 collagen polypeptide chain은 그대로 남지만 공유교차결합은 끊어집니다. 그러면 분자 구조가 움직일 수 있게 되어 heat induced shrinkage가 일어납니다. 이런 heat induced collagen shrinkage는 원래 크기의 ⅓까지 일어날 수 있고, 조직이 살아남을 수 있는 온도에서도 일어납니다. 온도가 오르면 곧바로 일어나는 반응이라, 레이저 시술에서는 즉시 나타납니다.
collagen 수축이 일어나는 온도에 관한 정확한 자료는 아직 없지만, 최대 수축은 대략 65~75℃에서 일어납니다. 이처럼 열에 의한 즉각적인 collagen 수축은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일어납니다. 하지만 collagen이 파괴된 뒤 procollagen 등을 다시 만들어 collagen을 생성하는 collagen remodeling은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일어납니다. Skin tightening이 일어나는 온도는 lower dermis 기준 48~50℃ 정도로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collagen shrinkage와 remodeling에 필요한 정확한 온도는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Collagen remodeling은 wound healing 과정 가운데 처음 3개월 동안 많이 일어나지만, 시술 후 1년이 지나서도 어느 정도 이어지며, 10년이 지나서도 이어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피부 노화의 가장 대표적인 소견인 콜라겐 감소를 되돌리기 위해 단극성 고주파, 근적외선, HIFU 등은 어떻게 작용할까요? 어떤 기술이든 neocollagenesis를 촉진해 피부의 firm·tighten·tone·lift를 노립니다. 단극성 고주파는 진피 온도를 55℃ 정도까지 올립니다. 고주파 전기를 생체 조직에 흘리면 세포 안의 이온이 음극에서 양극으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1초에 100만 번(1㎒ 고주파 기기의 경우) 오가며 열(일종의 마찰열)이 납니다. 이 열로 조직을 변형시키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입니다.
콜라겐이 열로 변성되면 분자 사이의 수소결합이 끊어지면서 triple helix가 random coil 분자로 바뀝니다. 이때 분자의 heat-stable cross-link는 그대로 남아 콜라겐 polymer의 rubber-elastic 성질이 커집니다. 이런 분자 구조 변화가 새로운 콜라겐 생성을 이끌어 냅니다. 단극성 고주파든 다른 고주파 기기든, 콜라겐이 열을 받으면 분자 사이의 heat-labile bond는 끊어지고 heat-stable bond는 남습니다. 그러면 triple helix가 풀리면서 분자가 짧아집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collagen fibril이 굵어지고 fibril 사이의 뚜렷한 경계가 사라지며, 일부 fibril은 서로 합쳐집니다. 고주파 기기는 열 자극으로, 나이가 들며 줄어드는 진피 콜라겐을 늘리려는 기기입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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